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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휴스턴 시에 약속한 하비 재난성금

[팩트체크] 휴스턴 시에 약속한 하비 재난성금

by hstkcr 2019.05.27

"논쟁자체 무의미…지금이라도 전달하면 된다"

전, 현직 한인회 인수인계 행정절차 미흡이 초래한 일
"돈이 사라진 것도 누락되지도 않아" 책임공방 불필요

2년전 2017년 8월말 발생한 허리케인 '하비'로 휴스턴은 물에 잠겼다. 당시 발생한 허리케인 '하비'는 2005년 '윌마' 이후 첫 메이저급 허리케인으로 70여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냈다. 도시 곳곳은 물 속에 잠겼고 한인가정 피해도 속출했다.
당시 휴스턴 한인사회는 한인회를 중심을 즉시 '피해복구위원회'를 구성해 한인피해 가구들을 발빠르게 파악했고, 미 전역을 중심으로 전세계 곳곳에서 모아진 하비피해 성금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하기 위해 기관단체장 및 전문인 9명(위원장 하호영 노인회장, 김기훈 한인회장, 신창하 KCC 이사장, 최병돈 체육회장, 정태환 625참전국가유공자 회장, 유경 호남향우회 회장, 권철희 변호사, 이부령 회계사, 김재휘 부총영사)으로 '긴급 재난기금위원회'를 구성했다. '긴급 재난기금 위원회'는 재난기금 특별계좌를 개설해 미 전역에서 모아진 하비성금을 한 창구로 모아 한인피해 가구를 돕는데 앞장섰고, 휴스턴 한인사회의 이 같은 능동적인 상황대처 메뉴얼은 재난극복 모범사례로 곳곳에 소개됐다.

한인피해가정 385곳 성금 42만불 전달
긴급 재난기금위원회에서는 하비로 인한 한인 피해가구에 1차(331가구), 2차(51가구)에 걸쳐 각 가정당 1,075불씩 총 41만650불을 성금으로 전달했다. 그리고 심각한 피해를 입은 3가구를 특별 선정해 각 5,000불씩 총 1만5천달러를 추가로 전달했다. 결과적으로 총 42만5천여불 하비 성금이 385곳의 한인 피해가정에 전달된 셈이다. 당시 김형길 휴스턴총영사는 하비 피해성금모금과 집행 과정에 대해 "과거 어디서도 찾아 보기 힘든 일이며 전세계 한인사회에 모범사례로 소개 될 일"이라고 말했고, 얼마전 휴스턴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도 "하비피해 당시 휴스턴 한인사회가 단합된 모습으로 재난을 극복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특별한 격려를 전했다.
하지만 재난기금위원회가 당시 휴스턴 시에 약속한 하비성금 2만불이 아직까지 집행되고 있지 않고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포사회의 의구심을 유발하고 있다. 휴스턴 시에 하비성금 2만불을 전달하겠다는 약속은 누가 언제 어디서 했으며, 왜 아직까지 전달되지 않고 있고, 현재 그 자금은 어디에 보관돼 있는지 본지 특별취재팀이 [팩트체크]해봤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주기로 결정했나?
재난기금위원회(이하 재난위) 위원장을 맡았던 하호영 노인회장은 당시 김기훈 한인회장이 이 내용을 최초로 제안했고, 재난기금 위원들이 모두 동의해서 확정됐다고 기억했다. 하 회장은 21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휴스턴시가 하비성금을 모금하고 있던 상황에서 김기훈 한인회장이 '시로부터 우리가 혜택만 받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면서 접수된 재난기금에서 일부인 2만불을 시로 후원하자고 처음 제안을 했고, 재난기금위원들이 모두 동의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난기금위원회는 모금된 성금을 모두 나누어 주면 해산하기 때문에 한인회에서 휴스턴 시에 하비성금 지급 등 행정적인 부분들을 맡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반해 김기훈 전 한인회장은 당시 의결 상황을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김 전회장은 "재난위 모임에서 접수된 하비 피해성금을 우리만 써서는 안되고 다른 피해지역에도 도와야 한다는 제안을 했지만, 위원 중 '우리성금을 왜 다른 곳에 사용하느냐'는 반대 의견이 부딪혀 의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스턴시 하비 성금 후원은 내가 한국 방문중에 재난위에서 결정했고, 그 결정에 동의한 바는 있다" 면서 "하지만 나는 단지 재난기금위원회 1/9의 위원으로 수표에 서명하고 집행할 입장이 아니었다. 코리안페스티벌 행사장에서 시에 전달할 하비성금 체크가 준비되지 않아 무대에서 당황한 것은 사실이다"는 상반된 입장을 전했다.

그럼 왜 아직까지도 전달되지 않았나?
하비발생 2개월 후 2017년 10월 다운타운 디스커버리 그린 '코리안페스티벌' 행사장. 이날 행사에는 VIP로 특별 초청된 터너 휴스턴 시장이 김형길 주 휴스턴총영사와 김기훈 당시 30대 한인회장, 신창하 KCC이사장과 나란히 무대 위에 올라섰다. (사진 왼쪽 아래) 이 무대에서 한인 커뮤니티 대표자들은 휴스턴 시청에 2만달러의 하비성금을 전달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전달해야 할 2만달러의 대형 체크는 그 어느 누구도 준비하지 않았다.
김기훈 전 한인회장은 '코리안페스티벌' 행사 이후 3~4차례에 걸쳐 브랜다스타딕 한인타운 시의원을 통해 터너시장을 직접 만나 약속한 하비 성금을 전달 할 수 있도록 만남 주선을 시도 했지만 스케쥴이 맞지 않아 불발 되었다고 말했다. 그해 12월 활동을 마감한 재난기금위원회는 자진 해산됐고, 남은 4만3,392달러의 특별 재난기금 계좌는 30대 김기훈 한인회로 이관됐다.
2017년 12월31일로 임기가 종료된 30대 김기훈 한인회는 작년 3월초 출범한 31대 신창하 한인회가 총회를 거쳐 '통합 한인회'를 구성한 시점인 지난해 8월28일에서야 해당 재난기금 계좌 수표 4만3,392달러를 정식으로 인계했다.(사진 오른쪽 아래) 앞서 30대와 31대 한인회 회장단 인수인계 과정에서도 재난기금 특별계좌 자금 인계는 제외됐었고, 8개월간의 긴 공백과정에서 휴스턴 시에 약속한 하비성금 전달은 지연됐으며,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휴스턴시에 하비성금 전달 의사 있나?
'통합 한인회'로 몸집이 커진 31대 휴스턴 한인회는 2년전 휴스턴시에 약속한 하비성금 후원금을 전달할 의지는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신창하 통합 한인회장은 21일 "휴스턴시에 하비성금을 전달하는 약속 이행은 현 한인회 이사회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확실한 답을 피했다. 이어 "다음 이사회에 안건으로 상정해 이사회 의결을 거친 후 그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뒤늦은 지금 시점에서 하비성금 2만불을 시에 후원하는 것에 개인적으로는 물음표가 생긴다"고 말했다
신회장은 더 나아가 "하비성금 전달 약속은 30대 한인회에서 처리했어야 하는 일인 만큼 지연에 대한 책임을 현 31대 한인회에 떠 넘길 수는 없다" 며 "약속 불이행에 대한 책임은 김 전회장 개인의 망신이지 휴스턴 한인커뮤니티가 망신이라는 프레임으로 말하면 안 된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대해 김기훈 전회장은 "브랜다 시의원을 통해 시장을 직접 만나 하비성금을 전달하려고 한 이유는 언론과 동포사회에 한인커뮤니티서 하비성금을 후원했다는 사실을 보다 공개적으로 공표하기 위함이었고, 우편으로 수표를 보내는 것이 편리할 수 있었겠지만 우리에게 도움 되는 방법은 아니었다" 면서 "작년 8월에 재난기금 수표를 인계 받고 지금까지 9개월간 통합 한인회가 하비성금을 시에 전달하지 않고 있는 점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응수했다.

소모적 논쟁말고 지금이라도 약속 이행
하비 재난기금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하호영 노인회장은 "지난 한인회와 지금의 한인회 모두 행정적인 절차가 부족해 야기된 일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말하기에 앞서 회장단이 바뀔 때 정확하고 명확한 업무인수인계를 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며 "지금은 우리가 약속한 일을 실행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지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는지를 따질 일이 아니다. 모두 다 하비피해 당시 자신을 희생하며 봉사했던 사람들이다. 돈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누락된 것이 아니다. 잘 해결하고, 향후에는 행정적인 절차를 규정대로 중시해 한인회가 대표단체 다운 면모를 보이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당시 법률자문으로 재난기금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권철희 변호사도 "지금 와서 책임공방은 전혀 의미가 없다. 바람직하지 못하다. 재난기금이 구분되어 있으니 지금이라도 가능하다면 전달하면 되는 일이다" 며 "누가 실수했는지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것이 누구의 잘못이고 책임이며 실수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재난기금위원회 참가했던 위원으로서 그 당시 좋은 의미를 갖고 피해성금을 전달하고자 했던 일이다. 지금이라도 전달하면 된다"고 자문했다.
<코리아월드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