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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동포 삶 이야기(박정자)

휴스턴 동포 삶 이야기(박정자)

by hstkcr 2018.08.25

<휴스턴 동포 삶 이야기>

꽃밭에 심은 이모작 오이
-휴스턴 거주 34년 박정자-

여름의 날씨는 더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도 더워 한국에서도 텍사스의 날씨를 능가하고 매일매일 뉴스는 폭염에 관한 기사나 소식이 빼놓지 않고 방송에 나오고 있다. 올해 새로 만들어 놓은 오이집에 이모작을 한 사연을 담고 싶다.
처음 오이 농사는 이른 3월경에 오이씨를 심었다. 그것이 시기가 적절했는지 올해는 기대이상의 수확을 얻었다. 추수가 끝나고 남은 땅을 놀리기가 그래서 우리는 한번 더 오이를 심기로 마음을 정했다. 7월경에 밭을 일궈서 씨앗을 심은지 7일~10일후에 떡잎 2개가 나왔다. 눈을 열고 나온 싹이 신기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먼저 오이넝쿨에 문안을 드리고 물을 주었다.
'유난히도 더운 날씨에 오이가 될지......?' 반신반의 하면서 심은것이 신기하게도 키가 커지면서 얼마후에는 오글오글한 지내발이 나오며 지렛대를 밟고 올라가고 있다. 대낮 뜨거운 햇볕에 오이잎이 축 늘어져 가련해서 볼수가 없다. 나는 곰곰히 생각하고 난 후 남편한테 "여보 오이 넝쿨 뽑아 버립시다, 가련해서 볼수가 없네요" 이 뜨거운 날씨에 오이를 생산하라고 애원하는 우리가 너무 한 것 같아서 말이다.
남편은 "어짜피 심어놓은 것이니"라고 두고 보자는 것이다. 그럭저럭 2~3주가 지나니 오이집의 반을 차지하고 위로 뻗어 올라가면서 '나 좀 보아주세요'한다. 약 일주일 후 노란 꽃이 피고 자태를 뽐낸다. 얼마 뒤 암꽃이 별 같은 모양을 하고 아주 아주 작은 별표 같은 꽃과 함께 오이가 매달렸다.
며칠후 아침에 조금커진 오이를 보면서 "여보 여보 오이 봐요 오이 오이...." 남편은 오이를 보고나서 나를 보고 빙그레 웃는다. 햇볕이 강해서 오이집에 천을 쳐 주었다. 비가 오려고 바람이 부니 천은 훅 날라가 버렸다. 이번 달에는 물값이 얼마가 나올지? 오이는 3개가 열리고 모양을 잡고 이곳 저곳에 조그만 오이가 자리를 잡았다.
하찮은 채소도 사람의 배움과 같이 때가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마음속으로 잘 커 주기를 바란다.초봄 3~4월 경 첫농사때는 오이가 열리면 부쩍부쩍 컸는데 요즘의 오이는 모양을 잡고서도 조금씩 조금씩 얌전한 아가씨처럼 커진다. 그러던 오이넝쿨이 요즈음엔 부쩍 커서 키가 울타리를 넘고 예쁜 오이를 하루 1개씩은 생산을 한다. 나는 비료도 사이사이에 주고 물도 아침저녁으로 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오이나무도 나의 정성에 감복했는지 기대밖의 행복을 주고 있다. 내일 아침에도 일찍 문안을 하기로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본다.